전체 글33 감기 愛라는 언어는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단어다. 주로 서로의 체온을 나누어 감정을 확인하거나 접촉 없이도 확인이 가능한 것. 사랑을 하지 않는 사람은 황폐한 마음을 가지게 되고 건조한 채로 살아가게 된다. 반면 사랑을 하는 사람의 내면은 풍족하다고 한다. … 제츠렌 키쇼우카는 그것을 지독히도 혐오했다. 고작 흔해빠진 감정으로 인해 목숨을 달리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 모두가 나누는 감정은 흔하디 흔한 감정이므로 결코 예술적인 가치가 없으리라 판단하였으며, 그와 동시에 그것의 온기는 퍽 익숙지 않은 것이었으므로 멀리하였다. "…." 그런 그가 사랑을 하다니, 과거를 후회해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는 일이라는 것을 스스로 자각하고는 있었다. 과거로 돌아간다면, 당신에게 같이 지옥에 있자며 매달리는 일이 없었.. 2023. 11. 24. 날개 아스라이 떨어지는 햇볕에 노랗게 물든 허물과 알맹이 그 사이의 간격을 가득 메꾸는 노을 공기가 아이의 코끝을 스쳐지나가. 촉각을 곤두세워 바람을 느껴보며 끝내 맡아지는 그윽한 향은 노을의 짙은 목소리를 머금은 듯 해. 2023. 6. 16. 사랑 나를 사랑하고 있니? 네, 사랑하다마다요. 얼마만큼? 제 목숨을 바쳐도 좋을 만큼이요. 여왕은 저에게 사랑을 속삭이는 어린 양의 말을 들었다. 검붉은 입술이 호선을 그리고 어린 양에게 입을 맞춘다. 즉위한지 오랜세월이 흘렀다. 여왕은 지긋지긋한 나이가 되었고 그에 따라 피부에 주름이 졌으나 매혹적인 분위기가 배로 흘렀다. 나는 사랑을 그리 생각하지 않는단다. 사랑이란 생명을 희생시키는 것이 될 수 없어. 그러곤 어린 양을 밀쳐 자신에게서 멀어지게 했다. 어린 양은 자신의 사랑이 거부당했다는 판단을 하고, 상실감에 젖은 눈망울로 여왕을 바라보았다. 여왕은 언제나 고귀한 존재다. 그가 우리에게 내리는 입맞춤은 눈보라치는 한겨울의 창보다 싸늘하여 얼 것만 같았다. 어린 양은 얼어죽어도 좋다 생각하였다. 거짓없.. 2022. 11. 4. 잘 가렴, 맥시밀리엄. 맥시밀리엄은 하늘을 누비는 새다. 훠이훠이- 자신을 망각한 채로 하늘을 돌아다니는 새에게 지성은 없다. 새가 된다면 인간으로 돌아올 수 없음을 앎에도 그는 매일 새가 되어 날곤 했다. 현실이 지독하게 지루했던 걸까, 괴로웠던 걸까, 아니면 자극을 좇고 싶다는 욕심에 가득찬 만용을 부리는 건지 알 수 없다. 아무 욕심을 가지지 않은 척 했다가 곧 바로 욕심을 부리고, 사치를 폄하했다 도로 옹호하는 존재였다. 알 수 없기에 예상할 수 없고, 예측불가하기에 예측가능한 것일 테다. 돌연 다른 행위를 해 예측할 수 없다하여도, 예측할 수 있는 것-그는 변화한다.-은 여실히 남기 때문이다. 맥시밀리엄은 오늘도 가느다락 발을 뻗었다. 그 발은 얼마 안 가 인간의 보드랗고 유약한 발로 변했고, 몸이 기우뚱해진 중심을 .. 2022. 11. 3. 이전 1 2 3 4 ···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