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라, 닐. 저 년과 죽을지, 저 년을 죽일지.”
“...”
“야, 이 새끼 눈깔 봤냐? 하하하하! 아직도 상황파악이 안 되나 봐. 어이, 닐. 너가 그러면 결과가 어떻게 될지 궁금한 건 아니지?”
“......”
무력한 약자. 이 부류의 인간들 중에는 닐 이서날도 존재했다. 닐 이서날은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아이를 뒤로 해 보호하려 애를 썼지만 아무리 약자가 날고 기어봤자 강자만 못하다. 무력하게 강자, 악인들로 인한 참혹을 감내하던 닐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자신을 구타한 한 남성을 째려보는 것 밖에 없었으니, 자신의 무력함에 분노하여 혀를 씹는다. 피비린내가 입안을 감돈다 싶을 때, 누군가 방의 문을 두드린다. 쿵쿵....
악인들은 닐을 보이지 않게 등으로 가리며 방문을 열었다. 방을 두드린 인물은, ...
“뭐야, 이 여자는.”
“... 너로구나.”
“... 컥!”
짙은 황금눈은 금세 분노로 이글거리며 악인들을 바라보았고, 명치를 쳐 급소를 가격당한 악인 하나를 기절시켰다. 황금눈이 소년의 닐을 응시한다. 황금 눈은 인간이 아니었다. 아무리 인간으로 보이는 모습이라 할지라도 이질적인 황금눈으로 인간을 초월한 존재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뭐, 뭐야?! 야!! 정신차려!”
“악인은 응당 처분해야 마땅하지만, 자비를 베풀어줄거란다. 보호를 받아야하는 약자의 앞에서 참혹한 꼴을 보일 수는 없잖니?”
여인은 부드럽게 웃으며 냉소적인 웃음기를 머금고 다른 악인을 기절시킨다. 목을 잡고 벽을 향해 머리를 부딪쳐 충격을 줌으로써 기절시킨다. 인간은 연약하니까 말이야, 머리에 충격을 받았다고 이리 쉽게 스러지니...
“... 얘.”
어느새 닐의 발 앞까지 다가온 여인은 당당하게 바닥을 부츠로 밟아 고고하게 닐을 내려보았다.
“살고 싶니?”
“....... 천사예요, 누나는..?”
“... 천사도 악마도 아니란다. 인간이지.”
“.. 살고싶어요.”
“...”
소년은 두 작은 손을 그러쥐며 이를 악물고 빛을 등진 여인을 확실하게 바라보았다.
“살고 싶어요! 살려주세요!”
“살아남으면 무얼 할 거니?”
여인은 한쪽 무릎을 꿇고는 소년과 눈을 마주한다. 무거운 무게를 실은 잔잔한 황금눈이 닐을 바라보아 닐은 금방 움찔했지만, 기 죽지 않고 말을 이어간다.
“제가 사랑하는 여자아이랑 같이, 행복해지고 싶어요. 더 이상 저런 나쁜 사람들한테 짓눌려 살고 싶지 않아요! 무서워요! 하지만 더 무서운 건, 제가 정말 미래에도 행복해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거예요. 누나, 저를 버리고 가지 마세요. 누나는 강한 사람이잖아요!”
말을 이어갈수록 커지는 욕망에 뒤따라 가슴이 벅차오른다. 열변을 하며 소년은 여인에게 애원하고 강한 의지를 담아 황금눈을 마음에 담아 직시한다.
“행복해 질 수 있다는 것에 어떤 고난이 따른다해도 의지를 이어나갈거니?”
“네!”
“.. 그래, 드디어 찾았구나.”
여인은 입꼬리를 한껏 끌어올리고 모래사장에서 잃어버린 보물을 찾은 것마냥 눈에 띄게 기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방문을 향해 걸어갔다.
“따라오렴, 내가 너를 살려줄테니.”
“...!”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되었는지 기억하세요?”
“그 여자애는 제 곁을 떠났잖아요, 인간 씨.”
“그래도 그 결정에는 후회하지 않죠, 닐?”
“하. ..후회할 것이었다면 지금 저는 당신 앞에 있지 않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