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인도자의 이야기.
"언니, 나중에 언니가 크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아이는 그에게 물었다.
"..그건 알아서 무얼하려고?"
"그냥! 언니는 분명 우리 마을의 최고의 미인이 될텐데, 그 미래의 미인님은 어떤 사람이 될지 궁금하잖아!"
"지금도 난 최고의 미인이란다."
"..와~ 하하!! 그래, 맞아맞아~"
나를 따르던 아이들 중 하나, 노엘은 여느때처럼 나무 집 바닥에 엎드리곤 턱을 괴어 나를 올려다보았다.
나와 노는 것이 그리도 신이 나는지 늘상 헤실 웃고 두 다리를 가만두지 않고 마구 흔들어댔다. 아이의 아래에는 크레용으로 그린 자신과 나를 포함한 친구들을 그린 그림. 그 그림에는 나의 할머니도 그려져있었다.
허리를 굽혀 아이가 그리던 그림을 잡고 슬며시 관찰한다. 노엘은 그림에 재능이라곤 눈꼽만큼도 없었기 때문에 예술평론가의 입장에서 좋은그림이라 보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좋은 그림을 그렸네, 노엘."
"..진짜~?"
하지만, 그림에는 아이의 주변인을 향한 사랑이 잔뜩 담겨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아이의 그림이 좋은 그림이라고 생각하여 고개를 끄덕였다.
이 아이들은 모두 나를 곧잘 따르며 행복한 얼굴을 하며 다녔다. 간혹 나를 증오하던 자들에 의해 아이들이 상처를 입게되면 내가 홀로 나서 그 자들을 주먹으로 혼쭐을 내주었다.
그러고 집에 들어가면 할머니에게 혼나기 일쑤였다. 당연한 결과였다. 사람은 때리면 안된다는 당연하고 평화로운 그의 규율을 어겼으니 어린 나는 혼이 났으나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후회하지는 않았다. 자신이 없으면 아이들은 고통받지 않겠지만, 그들은 글레나가 없는 세상을 싫어했다. 그 사실을 잘 아는 글레나는 아이들을 악한 자들에게서 보호해주며 곁에서 떠나지 않아주었다.
"언니는 강해."
"누나는 정말 강해!"
아이들은 나를 너무 좋아해 껴안으려드는 일이 정말 많았고, 나는 그들에게서 부담감을 느껴 저항했다.
"안, 안지마! 노엘, 시엘!"
"언니 도망간다~ 잡아, 시엘!"
"응!!!"
"..!!"
그들은 나에게 사랑을 주었고, 나는 그들에게 저항하기만 했지 사랑을 주지 못했다. 그들이 나로인해 목숨을 잃고나서야 사랑을 주었다. 참으로 미련하고 우스운 글레나.
"누나는 계속 이 마을에서 살거야?"
"그럼 내가 어디로 가겠니?"
글레나는 책에 시선을 계속 두고 입만 열어 동생의 말에 대답해주었다.
책장이 사락, 하며 넘겨지는 기분 좋은 소리를 낸다.
"누나는 이 마을에서는 행복해질 수 없어."
"..."
"여기엔 누나를 미워하는 사람들이 잔뜩이잖아."
"그런걸 내가 신경 쓸 것 같니?"
책장에서 눈을 떼고 친한 옆집의 남동생, 이브를 바라보았다.
아이는 퍽 진지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는데, 그 눈빛이 꽤 슬퍼보였다.
"아니."
"알면서 괜한 것을 묻는구나."
"... 우리가 이 마을에서 사라지면, 누나는 마을에서 나가줘."
"너희가 왜 사라지니?"
"음~ 혹시~ 만약의 일이야! 우리는 누나가 행복했으면 좋겠는걸!"
아둔한 아이들아. 나는 너희들과 있을때에도 행복했다. 우리를 괴롭게하려는 이들이 있을 뿐, 너희들이 있을 때에도 행복감을 느꼈다.
"..어째서?"
"우린 누나가 정말 소중하니까!"
"..."
놀란 눈이 아이를 바라보다 금세 가라앉은 눈으로 바뀌었고,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행복해져, 글레나."
"..."
잠에서 깬 글레나는 감고 있던 눈을 뜨고 조용한 주변을 살펴보았다.
"....하."
소중한 기억들 중 하나에 대한 그리움이 넘치는 꿈을 꾸었다.
저를 좋아하던 아이들은, 나의 행복을 바라고 있었다.
자신이 마지막에 미처 지켜주지 못한 아이들이, 지금도 나의 행복을 바라고 있었다.
"....."
'행복해져, 글레나.'
조용히 글레나는 눈물을 흘리고 멈출생각도 안하는 것인지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았다.
"..나는 악착같이, 이 미친 상황에서 살아남아 행복해질거란다. 아이들아..."
온전한 한 손을 올려 자신의 오른눈 위에 얹고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그들은 죽어서 글레나의 곁에 없었지만, 있었다. 아직까지 그들은 글레나의 옆에, 마음 속에 살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