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터디

잘 가렴, 맥시밀리엄.

弟者 2022. 11. 3. 23:39

맥시밀리엄은 하늘을 누비는 새다. 훠이훠이- 자신을 망각한 채로 하늘을 돌아다니는 새에게 지성은 없다. 

새가 된다면 인간으로 돌아올 수 없음을 앎에도 그는 매일 새가 되어 날곤 했다.

현실이 지독하게 지루했던 걸까, 괴로웠던 걸까, 아니면 자극을 좇고 싶다는 욕심에 가득찬 만용을 부리는 건지 알 수 없다.

아무 욕심을 가지지 않은 척 했다가 곧 바로 욕심을 부리고, 사치를 폄하했다 도로 옹호하는 존재였다. 알 수 없기에 예상할 수 없고, 예측불가하기에 예측가능한 것일 테다.

돌연 다른 행위를 해 예측할 수 없다하여도, 예측할 수 있는 것-그는 변화한다.-은 여실히 남기 때문이다.

맥시밀리엄은 오늘도 가느다락 발을 뻗었다. 그 발은 얼마 안 가 인간의 보드랗고 유약한 발로 변했고, 몸이 기우뚱해진 중심을 잡기 어려워할 때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게 내버려뒀다. 그의 등 뒤로 새하얀 날개가 펼쳐져 딱딱한 지면에 부딪히지 않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안심하고 곤두박질쳐도 좋을 텐데. 그러나 현실은 그러한 망상을 윤허하지 않았다. 항상 현실은 그러하였다. 생명이 제 목숨을 안전하게 보장받고자 하여도, 악행을 저질렀든 선행을 베풀었든 무無기준로 판단한다. 운명은 무법자에 불과하나 생명은 그 속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약자다.

약자에게 있어 무법자는 강자나 다름 없었기에, 때때로 그를 찬양하는 자가 있는가하면 한없이 혐오하는 자가 있었고, 그 속에서 묵묵히 적응하는 자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 셋 중에 아무 것에도 속하지 못한 비적응자는 몰락할 뿐이었다. 맥시밀리엄은 몰락하는 자였다.

그러나 완전히 몰락할 순 없었다. 지면에 부딪힌 몸은 둔탁한 통증을 맞딱뜨린다. 

그리하여 그는 자신이 인간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내는 것이다.

아-

그의 입에서 굵은 목소리가 나오고 인간의 언어를 구사하려 혀를 굴리면 따가운 통증이 인다.

입안에서 비릿한 향이 나고, 토해내 나오는 것은 나뭇잎과 가지, 등등... 인간이 먹을 수 있는 것들은 결단코 아니었다.

맥시밀리엄은 입을 닫았다. 가시돋힌 혀의 느낌이 퍽 불쾌했다. ...그러나 그렇기에 유쾌한 것이었다. 그는 이것을 즐기기로 했다. 인간임을 포기하거나 부정하고 싶어하는 것은 아니었다. 단순히 어떤 종으로도 정의받지 않기를 원했다.맥시밀리엄은 인간의 다리로 달렸다. 여린 살갗의 발바닥은 상처를 입었고 이따금 돌과 부딪쳤기 때문에 멍이 들었다. 돌멩이에 베이고 충돌하고 멍이 들다보면 그는 어느덧 인간이 아닌 육식동물이, 짐승이 되어있었다.

훠이 날아가고, 치명적인 고통을 맞이하고, 달박음질을 하여 대지를 누빈다.

맥시밀리엄은 대지를 누비는 늑대다. 컹컹- 아우우- 먹이를 찾아 돌아다니는 짐승에게 지성은 없다.

그날 맥시밀리엄은 고향을 잃어버렸다. 현실에서 그를 찾는 자들이 있었으나 얼마 안 가 잊혔다.

그는 그날 밤 현실과 인간의 울타리에서 벗어났다. 생명의 늪에서 탈출했다.

그래, 잘 가렴, 맥시밀리엄.

잘 자렴, 사체死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