弟者 2021. 9. 12. 04:52

시리스 비설

-자신을 여자라 생각하는 조각상.

- 공주님, 자존감자존심매우강함. 

-고상한 말투를 쓰지만 사실은 나쁜 사람이 아니다. 상냥한 사람...

-사모트라케의 니케가 모티브.

= 바다, 슬픔, 인간, 충돌, 유령

=캐릭터로 독자에게 전달하려는 의미: 슬픔은 충돌의 마모로 형성된 고통이면서 동시에 사랑이다. 또한... 

 

시리스는 요정의 한 종족, 고스트페어리의 왕족이다. 

 

 

바다는 무얼 담고 있는가? 그것은 거대한 생명을 품은 세상의 구멍이자 모든 것의 원초, 어머니, 우주다. 그러나 바다는 우주를 비추고 있지 못한다. 우주를 담기엔 우주는 더욱 방대하여 한낱 행성의 일부가 담기란 불가능하였다. 당연하지 않은가? 크기부터가 다른 걸 감히 품으려 한다는 건 오만이고 주제모르는 욕심이다. 그러나 어느 한 생명체는 이 말을 입에 담았다. '저 우주를 바다로 함락시킨다면 어떨까?' 이 물음에 제대로 답을 내놓는 존재는 없었으며, 그 생명체는 무시를 당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주장을 펼칠 수 밖에 없었다. 그는 바다를 사랑했고, 바다가 비추는 하늘을 바라보았으며, 하늘너머의 우주를 담아보려하였다. 그 존재는 시리스를 만났고, 시리스에게 이 이야기를 꺼냈다. 시리스는 왕족이 개최한 연회에 온 존재를 보며 '은둔자'. '현자'라 칭하였다. 어째서? 그것의 답은 매우 명확하다. 시리스또한 바다를 사랑하였기 때문이다. 시리스는 아래로 펼쳐질 존재와의 대화로 세상 그 무엇도 그보다 '현자'일 수는 없을 것이며, '은둔자'의 모습을 하고 있지는 못할 것이라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존재는 후드를 벗고 눈 앞의 공주를 명확하게 응시하였지, 조각상의 모습을 한 공주를 눈에 담은 존재의 이름은 없었다. 처음보는 부드러운 살갗, 따뜻한 살이다. 살갗의 온도는 하늘 위에서 쏟아지는 햇살같았고, 또... 사랑처럼 강렬한 온도가 눈동자 속에서 타올르고 있었다. 새까만 털은 윤기가 흐르고 머리 위에서 정갈하게 내려와 있었고, 자신들과 달리 눈동자와, 코, 입이.. 살아있었다.

시리스는 존재에게 이름을 물었다.

- 내 이름은 없어.

-왜 없습니까?

-... 아무도 내 이름을 지어주지 않았으니까.

-너의 부모가 지어주지 않았을 것 아닙니까?

-이상하게 난 어릴 때의 기억이 없어.

존재는 부드럽게 웃으며 아픈 기억을 더듬고 말을 이어갔다. 

-이런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해? 공주야, 내 이름은 없어.. 내 이름이 존재하는 기억은 없으니까.

-... 이상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내가 너의 이름을 새로 지어주기를 원하는 겁니까? 어째서 그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입니까?

-으응, 아니야.. 내 이름을 지어주지 말아주어. 공주야, 나는 이름이 없는 채로 살아가고 싶어.

-이름이 없으면 불편할텐데도 말이죠?..

-응, 너도 바다를 사랑하니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해. 나는 바다에게 이름을 부여받고 싶어.

-바다는 생명체가 아니라서 이름을 부여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않으십니까?

시리스의 말에 존재는 말 없이 웃었다. 웃음을 지으며 보이는 존재의 눈동자에는 바다의 사랑이 잠들어있었다. 모든 생명을 포용하겠다는 거대한 사랑, 너를 사랑하고 있다는 마음. 마음을 보던 시리스는 손을 뻗어 존재의 살갗을 쓸어내렸다. 제 피부와 마찰되어가며, 존재의 피부는 차가워져간다.

-... 너같은 생명체는 처음봅니다

.-인간을 처음 보는구나. 그럴만도 하지. 나는 본래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었으니까.

-이세계에서 왔다는 말씀입니까?

-그렇다고, 해둘까... 설명하기에는 매우 길어질 것 같아.

시리스에게 있어 존재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허나 존재가 말하는 바다에 대한 이야기는, 이해가 갔고, 점차 자신의 바다와 흐름海流을 맞추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너희 종족은 바다를 사랑하는 겁니까?

-모두가 그런 건 아니야. 바다에 쓰레기를 버리고, 잔뜩 해양생물에 해를 입히는 행위를 하니 사랑한다고 보기 어렵지. 외려 그들은 바다를 자신의 아래로 두고 있어.

 -추악합니다.. 그건, 슬프지 않습니까?

-...

존재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깜빡이며 시리스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시리스를, 공주를 감히 안아버렸다.

-하하하... 공주야, 바다를 참으로 사랑하는 공주야, 너는 참 상냥한 존재야. 바다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것이니?

-그건...

시리스는 원래 감성적인 것에 약했다. 소설이나 시를 보거나 밤하늘을 바라보는 날에는 흐느껴울기도 했다. 이유는, 슬퍼서. 고독하게 떠있는 달이 외로워보여서, 소설 속 주인공의 처지가 공감되어서, 시 속의 화자가 바라보는 청자의 마음을 알 것 같아서. 그래서 울었다. 머리가 없는 조각상- 즉, 유령은 우는 소리를 냈던 것이다. 시리스는 자신을 안은 존재-인간을 안아보았다. 꽉 안아버리면 금방이라도 힘없이 바스라질 것 같은 유약함에 걱정이 되어 일부러 꽉 안지 못했다.

-너는 바다를 왜 사랑해?

존재는 시리스에게 바다를 사랑하는 이유에 대하여 물었다. 시리스는 존재를 바라보았고, 창 밖의 바다에 시선을 던졌다.

-바다를 사랑하는 이유.. 말입니까? 나는 바다에 대해 다르게 생각합니다. 바다는 슬픔의 덩어리입니다. 슬픔을 느끼면 울고 싶습니다. 충동을 느끼고 바다처럼 액체를 흘려보고 싶습니다. 그런데, 나는 당신과 달리 머리도 없어 액체를 흘릴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슬픔을 느낍니다. 마치, 내 가슴 안에서, 기둥에 관통당한 가슴에서 감정이라는 액체가 새어나올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이거구나? 너는 눈물을 흘리고 싶어서 눈물처럼 투명한 액체가 넘치는 바다를 사랑한다는... 일종의 동경같은거네? 

-눈물... 입니까?

-응, 그런 걸 우리의 세계에서는 눈물이라 칭해.

 -... 눈물..

시리스는 중얼거리며 가는 기둥- 제 무기로 관통당한 가슴의 부근을 쓸어내렸다. 

-... 너가 이름을 정하지 않는다면, 부를만한 명칭이 없지 않습니까? 임시로 너에게 이름을 부여하고 싶습니다. 나만이 너를 부르는 이름입니다.

 -... 무어라 부르려구?

-'눈물'. 너는 눈물입니다. 

- 그런 걸 사람의 이름으로 삼는 경우는 처음보는데..

그리 말하면서도 존재는 픽 웃고야 말았다. 시리스의 행위가 어린 아이가 부리는 재롱으로 보이는 것인지 보는 눈빛이 너그러웠다.

.-그럼 그리 불러. 너가 편한대로 해.

-화 안 냅니까?

-왜? ... 내가 맞춰볼까? 으음~ 내가 이름을 부여받지 않겠다는 의지를, 너에게 부정당해서?

-예.

-화 안 내, 공주야.

 -... 왜입니까?

-너를 사랑하니까?

-.. 바다에 대해서는 이해해도 너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너가 좋지만 말입니다, 눈물.

- 나에 대해 이해하지 않아도 돼, 그저, 바다에 대해서 이해해줘, 바다를 사랑하는 공주야. 너에게 이름을 부여받아도 오늘이 지나면 불리지 않을 나의 이름이야. 내 진짜 이름은 미래에 바다에게 받을 이름이니, 오늘이 지나면 너와 만나지 못하니까.. 나를 지칭할 이름이 아니게 되겠지.

 - ... 바다를 사랑하는 너에게 한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이건 공주로서 내리는 명령이 아닌, 함께 바다를 사랑하는, 애해자愛海者로서 바라는 부탁입니다. 

시리스는 자신의 몸을 관통한 기둥을 빼내었고, 자동으로 기둥을 감싸고 있던 푸른 뱀이 빠져나와 시리스의 팔을 휘감았다. 이후에는 시리스가 존재에게 기둥을 건네었고,

-나를 깨부수어 주십시오.

-...뭐?

제정신이야? 라는 듯한 눈으로 시리스를 바라보던 존재는 말이 없는 시리스를 바라보며 성을 내려는 듯이 인상을 와락 구겼다.

-공주-

-부탁입니다.

-.. 너..

-내 안에 무언가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깨부수어, 그 안을 봐주십시오. 이곳은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 구석진 곳입니다. 깨부수어도 아무도 안 온다는 말입니다. 내가 왜 너를, 불러세워 왕궁으로 끌어들였는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이상하다고는 생각했지만.. 물을 기회가 없었지.

-지금 기회입니다..

-...

-.. 왜 묻지 않는 것입니까?

시리스는 존재를 왕궁으로 끌어들여 구석진 곳으로 데려왔다. 어째서 시리스가 존재를 잡아세웠나, 그것은 존재에게서 바다의 냄새가 났기 때문이었다. 바다를 사랑하는 냄새, 바다의 특유향기, 냄새, 짠내, 그리고 처음보는 온기의 살결. 바다가 그를 불러세우게 만들었다. 시리스를 포함한 왕족은 상대방을 파악하는 것에 능했으므로 모든 현 왕족은 존재에게 관심을 줄 것이었다. 처음보는 종족은 수상했고, 눈에서 물이 흘러나오는 종족이라니, 성질을 파악하여 잘만 이용한다면 유용하다 사료될 수 있었다. 이를테면 존재는 실험체로 전락할 뻔했던 것이다.

-내가 궁금하지 않습니까? 눈물..

-... 우리는 오늘밤이 끝나면 헤어질 사이야. 너에 대해 궁금하지는 않아.

상대방에게 물음을 던지지 않는다는 것은 상대방에게 관심이 없다는 의미였지, 그것에 대해 무지하지 않은 그들은, 각자 다른 감정을 품었다. 존재는 짤막한 만남에 즐거움과 대상을 향한 박애적인 사랑을, 시리스는 서운함을.

-매정합니다..

-공주야, 섭섭해? 

-... 모릅니다.

기분이 상했는지 질문에 대해 회피하고는 억지로 존재의 손에 기둥을 쥐게 만들었다.

-똑똑히, 나의 속을 보고 어떤 것이 있는지 말해주십시오. 오늘이 지나면 보지 못할 눈물이여.

- ... 내가 매정하다면, 넌 잔인한 공주란다..

 

이내 시리스의 시야는 잠시 암전되었다. 정신이 들었을 때는 존재가 옆에 없었다. 이미 동이 트고 있었고,자신의 몸에는 금조차 가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존재가 자신을 깨부수지 않았나? 라고 의심하기에는 마지막으로 들렸던 소리는 확실히 자신의 몸이 산산조각나는 소리였고, 주변의 벽에는 조각상의 조각으로 인한 거대한 흔적이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존재는 어디로 간 것이지? 시리스는 자신이 숨기 좋아하는 커튼 뒤를 보았고, 주변을 살펴보았으나 존재는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부탁을 들어주겠다 해놓고... 잠깐, 눈물이 부탁을 들어주겠다고 했었나? 아니었다. 존재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자신의 몸을 깨부수고 부탁을 들어주지 않고 달아난 것이다. 

시리스는 이후에도 존재가 어떤 생각을 하여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더불어, 자신의 안에 어떤 것이 들어있는지에 대해서도.

 

 

몸 안에는?

시리스의 몸 안에는 파란 고체가 있다. 시리스에게 바다가 느끼는 슬픔에 대해 말해준다면(문학적인 표현이긴 하다), 눈물을 흘리는 방법에 대해 알려준다면 고체에서 액체가 새어나오고, 시리스가 눈물을 흘리게 만든다. 시리스는 자신을 사랑하는 가족과의 충돌이 있었다. 가족들은 슬픔보다 분노를 느끼고 있었고, 슬픔을 느끼려는 시리스를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들은 시리스를 사랑했기에 어떻게든 다독여보려했으나 철부지같은 성격의 시리스는 성 밖으로 달아나버린다. 한마디로 가출해버렸다. 

 

독자들이 유추해봤으면 하는 점: 왜 존재는 시리스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나? 박애적인 사랑을 베푸는 존재는 자신과 비슷한 사상을 지닌 동질자의 부탁을 무시하기 쉽지 않았을텐데?

 

 

 

 

존재의 세계와 퍼시벌의 세계는 동일하다.
마녀의 힘으로 이계 이동. 바다 깊숙이 자리한 세계, 그곳이 브래들리다. 브래들리의 바다와 퍼시벌네의 바다는 거울처럼 통과되는 장소로 존재한다. 바다 속에 잠든 조각상들이 모여 자의적으로 만들어진 세계에 마녀가 개입. 개입한 마녀는 그들을 지켜보았고, 기척을 빠르게 알아챈 조각상들은 그를 정체불명의 생명체라 명명하였다. 서적에도 적힌 모양새는 왕족 중에서도 왕위에 앉는 자들만 볼 수 있다. 그래서 시리스는 인간에 대해 무지한 상태였다. 후에 존재가 마녀와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안 그는 마녀인 척까지 하며 존재를 찾아 나서기 위해 평행세계 너머로 이동한다.